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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 기행> 순화궁계곡 유감

4호선 당고개 역에서 내리니 폭염 주의보를 산행으로 극복하려는 등산 인파가 가득합니다. 오늘은 순화궁 계곡 산행을 하기로한 일정입니다. 호암과 산소를 만나 전철역 건너편에서 마을버스로 환승합니다.

모임 장소인 순화궁 고개에서 내리니 좀 이른 시각인데도 이미 한분이 와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속 속 일행들이 도착합니다. 적절한 인원인 10 여명이 모였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날씨인데도 날씨를 무색하게 하는 열정과 의지입니다.

후기 로마시대 스토아학파의 비극적 철학자 세네카는 자신을 극복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가장 강하다고 했지요. 폭군 네로의 어린 시절 스승으로서, 이성을 강조하는 스토아철학의 이념과 네로의 폭정사이에서 갈등하다 네로에 의해 가족 전체가 몰살당한 비극의 철학자가 그의 서한집에 남긴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모인 일행은 대단합니다. 왜냐면 추위와 달리 더위는 극복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일 뿐더러, 더구나 추위는 옷으로 막을 수 있지만 더위는 벗는다고 막아지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씨에도 산행 리더와 매니저의 배낭은 남산만 합니다. 계곡에서 즐길 먹거리와 도구들이라 합니다.

순화궁 고개에서 출발합니다, 곧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으로 들어섭니다. 엊그제 온 폭우를 머금었던 숲이 넉넉한 수량의 물을 흘려 내고 있습니다. 숲의 은총입니다.

그런데 계곡 물길이 왠지 낯선 느낌입니다. 불편한 느낌까지 듭니다. 그 느낌을 곱씹어보니 예전 속리산 법주사 앞 물길을 만났을 때의 느낌과 유사했습니다. 그때도 그랬습니다. 물고기 떼가 휩쓸려 다니는 물길은 그저 해맑기만 했더랬습니다. 물길이 머금고 있는 돌틈의 물이끼나 물풀이 전혀 없는 깔끔해 보이기까지 하는 마사토 토질의 냇물이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썰렁하고 황량하기까지 했던 그 느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여기 물길에 놓여 있는 바위와 자갈들에도 물이끼가 전혀 없습니다. 뽀송뽀송한 맨살의 바위와 자갈들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얼굴에 진한 분만 바른 화류계 여인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내면에 갖출 것 갖추지 못한 채 우람한 집채를 소유하고, 비싼 옷과 장식물을 걸치면 저절로 신분상승이 되는 줄로 착각하는 혐오감 드는 역한 졸부들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마치 정치적 수사만 번드르르하게 늘어놓고 실천이 없는 후안무치한 사기꾼으로 늙은 노회한 정치꾼 같습니다. 마치 지성이란 것은 눈꼽만치도 없이 암기력 하나로 법조문만 달달 외워 고시에 패스한 것이 마치 자신이 신이나 된 것같이 우쭐대는, 그저 아는 것은 오직 법조문일뿐 경륜이 뭔지도 모르는 정신적 미숙아 같은 천박하고 경멸스런 판검사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공자님이 말했지요. 온 천지에 비가 내려도 그 빗물을 받는 양은 빗물을 받기 위해 내 놓은 그릇의 크기 나름이라고요. 수락산 계곡도 역시 그 사람들처럼 산의 품이 깊고 넓지 못하고 종재기 같이 한량없이 밭아서 비올 때 외에는 항시 매말라 있는 연유일 것입니다. 상황이 그러하니 아무리 비가와도 그 물을 오래 갈무리 못하고 그저 겉으로만 흘려보낼 뿐입니다.

물길도 한결같아야 물이끼도 더불어 자라고, 깊은 운치도 머금는 것이며, 물고기와 가재와 다슬기도 함께 그 속에 보듬고 있는 법입니다. 수락산 순화궁계곡은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나도 평생을 살면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은총과 이웃들의 은혜를 얼마나 받아 모으고 살았는가를 되돌아봅니다.

산마루에서 발길을 꺾어서 일행이 올라온 계곡의 등성이 너머 은류폭포 계곡으로 리더가 일행을 안내합니다. 가파른 경사 길에 폭우에 씻겨 내린 묵은 낙엽들이 무더기무더기 쌓여 있어 조심조심 하산을 합니다. 한참을 내여가던 그 때 일행 중 한 사람이 물소리가 들린다고 외칩니다. 계곡에 다다르니 이미 곳곳마다 사람들이 웃통을 벗어제친 험한 모습들을 하고 자리를 잡아 퍼질러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몰상식하고 천박한 꼴불견들입니다. 얼른 스쳐 지나가고 싶습니다만, 우리 일행들 어쩔 수 없이 물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합니다.

하산길을 재촉해 마당바위마을 쪽으로 나가는 산 밑에 다다랐습니다. 계곡 물길이 모이는 산 밑은 완전한 아수라장입니다. 근처의 땅은 일신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아 먹은 이완용 후손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소송에서 승소해 그들의 소유가 됐답니다. 그들이 관리한다는 계곡 하류는 그들이 돈 버는 수단으로 유원지를 만들어 자연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곳의 모양새들은 역시 이완용 핏줄들 답게 더럽고, 천하고, 추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눈을 감아야 할 지경이고 코를 막아야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그 더럽고 누추한 곳들에는 주로 젊은 이들과 어린아이들로 꽉 차 있고, 먹고 마시고 취하고 있습니다. 가는 길목마다 음식냄새가 진동하고, 담배꽁초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곳곳에 지린내가 진동합니다.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이 모두 거기 모여 낮술에 취해 건들거리며,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짐승같은 짓들을 해대는 저들과 같다면 !, 모두 다 저런 의식이라면! 한국민족들은 곧 세계가 조롱하는 무법천지 야만국의 천민들로 변할 겁니다.

서울에 도착하여 산소, 호암과 함께 아이스크림과 팥앙금을 얹은 값비싼 빙수로 마음을 씻어내고 헤어집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내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완용 후손의 땅이 됐다는 수락산 마당바위 마을 쪽으로는 결단코 다시 가지않겠다고.
– 임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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