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내용 출처 : 바바라 J. 패터슨, 파멜라 브래들리 지음. 강도은 옮김,
평생을 좌우하는 0 ~ 7세 발도르프 교육, 무지개 다리 너머 (2007, 물병자리) |
이 나이에는 놀이하는 시간이 훨씬 더 조화로워진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보통 장난감을 나누어갖고 노는 법을 배운다. 다섯 살 정도가 되면 아이들의 창조적인 놀이가 최고조에 달하게 되고 좀더 긴 시간 동안을 집중해서 놀 수 있게 된다. 부모나 선생님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놀이는 또한 좀더 복잡해 진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최종적인 결과물보다는 만들어내는 과정이나, 놀이가 발전하는 과정에 더 몰두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신랑과 신부”놀이를 위해 무대를 꾸미는 일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어떤 그룹의 아이들은 결혼식에 목사가 사용할 책을 만드는 데 너무나 열중하는 바람에 실제로 결혼식 자체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놀이 시간이 끝났을 때 아이들은 이 과정 자체에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실” 놀이도 이와 비슷하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사용할만한 것들을 찾으러 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환자 대기실을 공들여서 꾸미고, 뼈를 고정시키는 부목, 깁스할 수 있는 것들, 목발 같은 장비들을 정성들여 준비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실제로 “환자들”을 진찰하러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인형놀이를 한다면 이제 아이들은 자신들의 인형극 쇼를 관람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그냥 혼자 인형을 가지고 노는 일에는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은 인형극 쇼를 준비할 때 흔히 아이들은 무대를 꾸미기도 전에 관객들을 위한 의자들을 먼저 가져다 놓기도 한다.
이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좀더 생각이 덧붙여진 놀이를 하게 된다.다섯 살에서 여섯 살 나이의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면 생각하는 과정들이 새롭게 이 활동들에 덧붙여지게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다섯 살짜리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그릴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세 살짜리 아이는 여러가지 색들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이 나이의 아이들은 옷을 입히고 벗길 수 있는 좀 더 구체화된 인형을 원할 것이다. 털실로 뜨게질된 것이거나 천으로 된 몸, 팔, 다리, 심지어는 약간의 바느질로 눈이 표시된 인형들이 이 시기에 좋다. 빗으로 솔질할 수 있고 땋거나 묶을 수 있는 긴 머리를 가진 인형은 특히 어린 여자 아이들을 아주 즐겁게 해준다.
어느날 선생님은 여섯 살짜리 아이로부터 “심심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보통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아이가 “여섯 살의 변화”라고 부르는 과정의 중간, 다른 식으로는 “어린 사춘기”라고 알려진 과정의 중간에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 내부에서는 아주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는 아이 주위에 있던 장난감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놀이를 하도록 자극했지만, 이제는 아이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가 아이로 하여금 창조적인 놀이를 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이는 이제 자신이 필요한 장난감들을 선택해서 갖고 놀 수 있게 된다. 여섯 살짜리 아이는 놀이시간이 시작되면 종종 친구들과 함께 앉아서 그날 무엇을 하고 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그런 다음에 자기들 놀이에서 필요에 따라 변형될 수 있는 장난감들을 찾아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러 다닐 것이다.
“심심해요”라는 말이 진짜로 의미하는 바는, 아이가 이 새로운 내적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아이는 자신의 새로운 감정과 인식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아직 잘 모르는 것이다. 조금 큰 아이들이 유치원 교실에서 이런 변화를 겪고 있는게 보이면, 우리 선생님들은 어른들이 하는 일에 이 아이들을 포함시킨다. 가령 과일 껍질을 벗기는 일, 나무 장난감을 매끄럽게 사포질하는 일, 바느질에서 인형 만들기 같은 일들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분명한 의도를 지닌 일들에 아이들이 참여하게 해서 어른의 개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결과로 아이 내면에서 상상력이 풍부한 영상들이 점차적으로 자라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날 아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달려 나가서 다시 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여러 날, 여러 주, 여러 달이 걸릴지라도 아이들이 이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게끔 해주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