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의 표면을 만져보자. 손을 약간 움직여 살짝 압력을 가하면서 촉각을 통해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많은 인상들을 알아차려 보자. 그러면 의자의 온도, 질감, 저항감, 마찰, 습기, 건조함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알아차릴 것이다. 촉각은 우리가 만지고 있는 대상에 관해서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해준다. 또한 우리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경계들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
아이들은 아기 시절에 자기 손을 입으로 빨아대는 것부터 시작해서 걸음마를 하면서는 집을 탐험하고 물건들을 집어던지는 시기를 거치면서 자라는데, 그러면서 날마다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경계들을 알아차리게 된다. 어린 아이들은 모든 것을 만지고 싶어 하며, 어른이 무슨 이유로든 그것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 아주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릴 때는 집에 있는 귀중한 조각상들이나 안전하지 않은 물건들은 아이 눈에 안 띄는 곳에 치워두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이 꼬마가 자기 손에 닿는 것들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만지는 일과 아이들을 만져주는 일은 둘 다 아주 중요하다. 발도르프 유아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들은 양모, 면, 나무, 실크 같은 천연 소재로 된 재료로 만들어진다. 나름의 고유하고 중요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는 이 장난감들은 모두 주변 세계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있다. 만일 가능하다면, 아이들에게 천연 직물로 만든 옷을 입히라고 우리는 부모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이런 옷들은 춥거나 더운 날씨에 아이들을 보다 편안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만지는 일에는 분리돼 있음과 연결됨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뭔가를 만지는 일은 아이에게 아이 자신에 관해서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즉, 아이의 감각들을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 역시 나를 만진다. 아이들은 만지는 일을 통해서 주변 세계와 자신이 따스한 사랑으로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자신과 물건들 사이에 분리와 경계가 있다는 것도 느낄 것이다. 다른 것과 분리되고 다시 연결되는 이러한 경험들은 점차적으로 관계 맺기의 경험과 그것의 가치에 관해서 아이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당신을 만지고 접촉하게 되면, 나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좀더 완전하게 이해할 것이다. 내가 의자를 만지면, 나는 의자의 속성을 좀더 완전하게 이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촉감을 발달시켜감에 따라, 이러한 경계들을 이해하는 능력 역시 점차로 발달해 나갈 것이다.(계속)
(다음에는’ 생명에 대한 감각The sense of Life’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