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슈타이너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초판 발행일 2008. 9. 30. 펴낸 곳 섬돌출판사, 옮긴이 이정희) |
58. 여기서 인용한 부분은 오성에 의해 파악하기 전의 이해에 대하여 말하는데, 그러한 이해는 지금 말하는 것과 좀 다른 영역에 잇습니다. 방금 다룬 것은 장 파울이 언어에 대해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이들이 지적인 파악능력으로 언어구성에 관한 법칙들을 오성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언어구조를 자신의영혼적 기관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기억력을 쌓아가기 위해 먼저 나중에 개념적인 이해를 갖게 될 사물들을 배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선 순전히 기억력에 의해 습득된 것은, 이후 삶의 시기에 개념으로 아주 잘 파악하게 됩니다. 이는 사람들이 이미 그 언어를 말할 수 있을 때 그 규칙을 더 쉽사리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해 없이 암기에 의해 습득하는 공부에 관한 논의는 물질주의적인 편견과 다름없습니다. 예컨대 어린 학생들은 몇 가지 실재만 가지고 가장 긴요한 곱셈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계산기보다 손가락이 훨씬 더 낫습니다. 그러고 나서 구구단을 달달 이워 완전히 익혀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진행해 간다면 그는 되어져가는 인간(아이)의 본성을 고려에 넣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기억력의 형성이 중요한 이 시기에 사고력을 너무 많이 요구하면,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사고력은 사춘기에 비로소 태어나는 내면의 힘이므로 이 연령이 되기 전에는 전혀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사춘기까지 어린 학생들은 기억을 통해 인류가 곰곰이 새겨온 보물들을 습득합니다. 먼저 기억 속에 잘 남겨진 것에 개념들이 스며드는 시기는 나중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신이 파악(이해)한 것만을 단순히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알고 있는 사물들을 파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마치 언어에 대해 기억으로 지니고 있던 것을 파악하듯이 말입니다. 이것은 폭넓은 분야에 적용됩니다. 역사적 사건들을 외워서 습득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러고 나서 그 사건을 개념으로 파악합니다. 또 지리학적 자료들을 기억에 풍부하게 남기는 것이 먼저이고, 그런 다음 그 관련성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는 등등. 어떤 맥락에서 개념으로의 모든 파악은 기억 속에 저장된 보물에서 끄집어내는 것입니다. 청소년이 파악하려 들기 전에 이미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상은 모두 여기서 거론하고 있는 연령대에만 적용되며, 이후의 어떤 연령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나중에 보충하여 무엇을 배우게 되면, 반대의 길이 옳고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때에는 상당 부분이 그 학생 고유의 정신 상태에 달려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거론했던 연령대는 과도한 지적 개념으로 정신을 바싹 마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