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알림>
루돌프 슈타이너의 ‘무지개 다리 너머’에 이어 다음 주부터는 아래의 내용을 연재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초판 발행일 2008. 9. 30. 펴낸 곳 섬돌출판사, 옮긴이 이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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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발행된 이 저술은 책 제목에서 이미 교육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정신과학의 관점을 담고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유년기의 아동과 청소년의 발달 현상들을 단지 인식하고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이 현상들의 ‘뒤편’을 바라보는데 있었다. 그래서 그는 도입부에서 이런 말을 한다. “성장 변화하는 그 사람의 본질을 인식하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감추어져 있는 본래의 본성을 고찰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성장 발달해 가는 사람의 숨겨진 측면을 관찰했으며 그것을 성공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기서 슈타이너 박사는 독자를 하나의 탐험 여행으로 이끈다. 신체의 형성 과정을 묘사하는 한편, 동시에 신체 기관 안에 있는 ‘생명의 힘’(오늘날 활력의 작용이라 부르는 것) – 이것이 신체 안에 스며들어 있어 성장 변화를 가져오고 생명을 유지해 나감을 명백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의 영혼적–정신적 발달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적으로, 아주 개별적인 형성의 힘을 우리는 관찰할 수 있으며, 그 힘은 교육, 문화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결국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슈타이너 박사가 우선 문제를 제기하며 강조하는 점은, 교육하는 성인이 영ㆍ유아의 ‘생명 형성체’를 구성하는 작업 과정에 신체적으로, 영혼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스스로 발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소책자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은 부모, 유아교사, 학교교사에게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시들을 담고 있다. 특히 영ㆍ유아는 모방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들이 가능한 한 사랑이 가득한 성인으로 하여금 방향 제시를 얻는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면, 아이 스스로 잘 발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유년기를 저해하는 작용들로 감각과 자극의 홍수를 지적하고 있다. 즉 사람의 감각들, 리듬에서 벗어난 생활, 그리고 종종 주지주의로 편중되어 있는 현실, 추상적인 교수법과 그런 학습의 제공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다름 한편 슈타이너는 학령기 이전의 발달시시, 예컨대 유아기 놀이를 특별한 의미로 강조한다. 놀이에서 유아는 삶의 결정적인 3가지 기본 능력을 연습하고 발달시킨다.
–놀이는 활동성, 즉흥성, 의지의 기쁨과 자기 결정을 의미한다.
–놀이는 유아의 창조적 힘의 표현이며, 그의 판타지는 놀이 속에서 세상을 새로이 구성해 나간다.
–놀이는 특히 학령기 바로 직전의 유아들에게는 생각의 힘과 사고의 힘이 스며들어 있어, 계획을 세우는 행위를 발달시킨다.
이 책은 영ㆍ유아뿐 아니라 학교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시각도 다르고 있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는 이제 성인의 사랑 가득한 권위에 의해 각인되며, 그리고 이렇게 사랑이 담긴 전문 능력의 권위를 따라 하려는 학생의 열림성과 능력에 의해 각인된다. 당연하지만, 강요되지 않은 권위는 직접적인 정신의 관조를 나타내며, 여기에서 젊은이는 양심, 습관 성향을 형성하며 자신의 기질에 대하여 규칙화된 궤도를 만들며, 그 눈으로 세상의 사물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도르프학교의 수업은 특색 있게 이루어진다. 즉, 학습소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내용에 대한 학생의 공감능력을 키워주면서,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책임감에 대한 의식을 일깨울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발도르프교육학에서는 세 가지 기초적인 삶의 목표와 학습의 목표가 스며들어 있다. 맨 먼저 유아와 청소년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 발달해 나가며, 세상에 대한 호감 능력을 키워나가며, 자신의 삶의 형성에 대한 책임감을 수용하여 시대적 과제에 대하여 활동적으로 함께 일하는 능력을 강화시킨다.
발도르프교육학의 중심에는 되어져가는 인간이 서 있다. 학부모, 유아교사와 학교교사들은 아이의 바뀔 수 없는 개별성을 발견하고, 그들의 능력, 관심과 재능을 뒷받침하며 또한 이들의 단점도 알아차려야 한다. 발도르프교육학은 자유를 향한 교육을 의미하며 사회적 책임성을 가지고 자라남을 중요시한다.
이미 100년 전 출간된 이 책자는 그저 ‘다 아는 것’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의 서두에서 독자는 이미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고가 우리 동시대인들에게도 얼마나 현대적이며 시사성을 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인간 존재에 대한 기본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문화와 시대를 통해 인류의 발달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슈타이너는 이 책에서 인간과 인류의 개체적 발달과 문화 발달에 대하여 서로 간의 결실과 변화의 관계를 독자에게 아주 축약된 형태로 안내하고 있다.
세계 80여 개 국에 발도르프 교육시설들이 퍼져 있다. 그 교육시설들은 모든 대륙에서 아주 다양한 문화권에 알맞게, 즉 사회적,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 특징에 맞게 운영된다. 이렇게 발도르프교육학이 90여 년(2017년 말 현재까지는 100여년–연재자 주) 동안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는 이유는 틀림없이 이 교육이 개별 인간의 교육을 실현하는 데 주력하며, 나아가 인류라는 의미에서 인간을 연결하는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은 한국에서도 발도르프 교육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가는 이 시기에 학부모, 유아교사, 학교교사, 방과 후 지도교사 및 유년기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교육적 안목을 새롭게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과 마찬가지로 발도르프 전문 교육과정의 연수생들, 재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본 자료로서 많이 읽혀지기를 바란다.
페터 랑
2008년, 슈트트가르트에서
초판 머 리 말
독일 남부에 위치한 도시 슈트트가르트에 1919년 가을, 발도르프 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는 교육개혁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교육의 관점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훗날 발도르프교육학은 탄탄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루돌프 슈타이너는 발도르프 학교 설립 이전인 1907년에 이미 저서와 여러 차례의 강연을 통해 건강한 자녀 발달을 위한 자극을 주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녀를 가능한 한 제대로 발달시켜 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인간 본질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긴요하다. 이것은 정원사에도 비유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식물과 과실나무를 아주 잘 가꾸려면 그 대상인 식물과 나무를 잘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에게 사랑 받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잘못 발휘된 사랑이나 이기주의 또는 인간에 대한 무지는 자녀나 학생의 입장에서 스트레스, 우울증, 그리고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랑은 인식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따라서 인지학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정희 박사가 처음 시도한 이번의 역서는 적은 분량이지만 교육을 위한 인간학이 응축되어 있다. 마치 호두껍질 안에 호두살이 꽉 차 있듯이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학은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정신과학에 관해 다년간 연구한 끝에 얻어진 것이다. 발도르프학교의 교과과정은 이동의 내적, 정신적 발달의 이해를 토대로 구성된 것인 데 반하여 일반학교의 교과과정 내용은 주로 대학진학을 위해 만들어 졌다. 그럼에도 발도르프 학교 졸업생 대부분은 진학 후 전공분야에 아무 문제없이 적응하며 자기 확신을 가지고 생활한다.
1907년 이 소책자가 처음 발간된 후 거의 100년의 세월이 흘렀고, 더욱이 한국과 독일의 거리를 생각하면 별 실효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책에 실린 사고와 시점은 당시보다 현대의 우리에게 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예컨대 놀잇감에 관한 설명, 창의력과 상상력의 촉진, 그리고 주지주의에 관한 설명, 나아가 예술 및 도덕과 관련한 교육문제 등이 그것이다. 몇몇 개념들은 아주 낯설게 가다오므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내심과 거듭되는 시도가 요구된다. 따라서 이 번역서가 한국에서 발도르프교육의 이해를 위해 애쓰고 있는 분께, 특히 발도르프교육 세미나에 참석했던 분들게 세미나 내용을 심화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스웨덴 태생으로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열린 발도르프교육 세미나를 도왔다. 외국 강사로서 특히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젊은이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발도르프교육학에 정신적으로 대단히 깨어있으며,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몰입했다. 이러한 관심들이 모이면 가정이나 유치원 또는 학교 교육현장에서 미래를 향한 한국의 교육은 분명 전망이 있다.
이 책의 역자는 독어독문학 전공자이면서 인지학적 발도르프교육을 전공했으므로 소책자이지만 난해한 이 책의 내용 전달을 위해 선구자 노릇을 해닐 수 있었다. 따라서 이 번역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들이 공부모임을 만들고,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한국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끝으로 이 책자가 밑거름이 되어 슈타이너의 저서가 연이어 번역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열정을 담은 지속적인 관심이 특히 대학생, 부모, 유치원과 학교 교사들 가운데서 더욱 증가하여, 자라나는 새싹을 위한 행복한 교육이 한국 땅에서도 곧 펼쳐지기를 머나 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봄기운에 실어 전하고 싶다.
스웨덴 브롬마에서 2001년 이른 봄
뱅크트 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