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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하 기행> 장봉도 여행

짐작이나 했을까요.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서는 그렇게도 땅 속 깊숙이 내려가야 하는지를, 그렇게 여러 번 역무원에게 말을 물어야 하게 될 줄을.
지하를 막막하게 헤매다가 일행을 만났을 때, 엄마 손을 놓치고 울며 시장 거리를 돌다가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의 어린 기억이 오버 랩 된 것은, 다시 애가 된다는 늙은이로서 그 만큼 길 헤맴이 속상했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만일까요. 바다를 바라본지가, 갈매기 떼, 그 본능적 삶의 무섭고 처절한 움직임을 바라 본지가.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갔던 6학년 가을의 수학여행은 깜깜한 새벽에 기차타고 몇 시간을 내달려 바닷가에 있는 장항 제련소로 갔었습니다. 제련소로 걸어가는 내내 갯벌에서는 망둥어 떼가 팔딱 거렸고, 갈매기 떼가 회청색 하늘에 흰 곡선의 잔상을 남기며 얼키 설키 날아 다녔습니다. 모든 게 어린 나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 이후 바다에 갈 때마다 평생 그 기억이 모든 시각과 청각의 바탕으로 깔려 있습니다. 아마도 남자는 첫 사랑, 첫 경험, 첫 아이,…….모든 첫 번째의 인연에 애착하는 것인가 봅니다.

오고 가는 장봉도 뱃길은 일행들과 친밀한 접촉이 이루어지기에는 너무 짧았습니다. 곧 뭔가의 다음 수순이 닥칠 것이라는 예정 앞에서 사람들은 안정감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흩뿌려 주며, 살기 위한 목적과 방법이 오로지 먹어야 한다는 것에 달려 있는 그들의 날랜 움직임과, 동료와 이웃을 향한 본능적이고 경쟁적인 적의와 살의, 그리고 비명처럼 귓전을 가르는 그들의 울부짖음을 되새겨 봅니다. 그러면서 나도 그들의 무리에 섞여 있는 한 마리 야생동물의 삶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히치콕의 흑백영화 ‘새’에서 보듯이 저들의 야생성이 인간을 공격하는 것처럼, 그들과 같아진 인간의 야생성이 동일한 인간을 더욱 야비하게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지나치지 않을 생각도 해 봅니다.

아프가니스탄 젊은이와 지난번에 이어 다른 주제의 대화를 해 봅니다. 그들의 대가족 제도에 대해 묻고 들으며 1960년대 까지 남아 있던 우리의 농경사회 속 대가족제도를 그리워 해 봅니다. 그리고 이슬람 사회의 테러리즘에 대해 묻고 들으며, 둘이 함께 공감해 봅니다. 이념과 사상이 인간의 원초적 순수함을 얼마나 뒤틀고 허물어뜨리는지에 대해서.

오늘 처음 동행한 북경 댁 쉬엔은 참 즐거워합니다. 첫 참가자로서의 조심스러움을 보이면서도 60 장년의 여인이 마치 소녀처럼 마음과 표정과 행동이 공기처럼 붕 붕 떠다닙니다. 보는 사람도 참 행복해 집니다. 우리가 모든 삶에서 저런 모습이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해 봅니다. 동년배라던 여유님도 같을까요? 바라보니 그분은 참 차분하시네요. 조금 더 연배가 높은 여전사님은 어떠신가하고 시선을 옮겨 찾아봅니다. 아, 진짜 소녀는 이분이시네요. 저리도 밝고, 저리도 웃음이 많을 수 있을까요?

황사와 미세먼지로 맑지는 못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은은해진 햇빛 속을 일행들과 함께 자박 자박 걸으며, 살랑 살랑 오르내리며, 노닥거리며, 그렇게 장봉도를 느껴봅니다. 어찌 보면 어디를 찾아 간다는 것은 사람의 인연을 키우는 수단일 뿐, 장소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이지만, 그나라 여류 소설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오지요.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이 세상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우리가 있을, 있어야 할 영원한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누군가의 가슴속에서만이 비로소 살아 있게 되지요.
한 편, 자연 속에 겸손하게 안겨들 때는 대화 자체도 달라 집니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이었던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의 말(대인은 아이디어를 논하고, 보통 사람은 사건에 관해 얘기하고, 소인배는 사람들에 관해 떠들어 댄다)대로라면, 적어도 자연 속에 안길 때만큼은 우리도 대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갈매기 떼와 작별하고 다시 번잡한 도시로 들어섭니다. 그렇죠, 우리의 삶의 현장입니다. 또 다시 매일 부대끼며 생각할 틈조차 밀쳐내는 우리 현장으로 들어섭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장봉도의 시간에 반비례하여 그보다 더 큰 긴장감이 나를 곧추 세웁니다. 여전사님만 전사가 아닙니다. 나도, 우리도, 현대의 삶은 우리 모두를 프로페셔널 전사가 되게 만듭니다.
뒷풀이를 하러 호암의 뒤를 줄줄이 따라 미로여행을 합니다. 깔끔한 중국음식점입니다. 노라님이 내 맞은 편에서 배시시한 웃음을 날리며 예의 그 G장조 쏠 음계의 목소리 톤으로 애기 같은 대화를 이어 가십니다. 내 오른 편에는 쉬엔이 마치 내가 식인종으로 보인다는 양 멀찍이 경계심을 드러내며 앉아 있습니다. 중국 술 한 순배가 돌아가고 나서야 쉬엔이 비로소 경계심을 풀더니 이젠 오히려 스스로의 비밀도 풀어 놓습니다. 자기기 북경대학 재학 시절 응원단장이었다고, 농림부 공무원 때도 제반 행사 때는 그랬었다고.
어쩐지! 사람은 여행길에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비밀들이 많다니까요.

총무님은 뒷풀이 모임에서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쁩니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항상 뒷전입니다. 마음은 항상 회원들에게 가 있군요.

주말의 홍대 인근 밤거리는 영혼이 고갈된 군상들의 복작대는 번잡함으로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먹먹하고 공허합니다. 길거리 복판에서 호기롭게 큰소리로 구호를 외친 후, 모두 모두 자기들 자리로 헤쳐 돌아갑니다. 그 뒷모습들이 다시 진지한 모습입니다. 이미 다시 도시인들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화장을 지운 모습처럼.

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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