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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 [비오는 날]

병신 문학이라고 해야 하나. 그의 작품에는 제대로 된 인간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아, <잉여인간>의 ‘서만기’ 그 정도만 제대로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 작품에서조차 만기를 둘러싼 다른 인물들은 하나같이 병신스럽다. 몸도 불구인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같이 마음이 병든 자들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사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고, 죽을 용기도 없어 근근이 살아간다. 삶은 즐겁기보다 고통 그 자체다. 왜 태어났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는 더더욱 모르겠다. 좀비들 마냥 먹고 싸고, 자고, 흐리멍덩한 눈을 치켜뜨고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러면서 성(性)에 대한 욕구는 다들 또 충실하다. 그야말로 동물스럽다. 불륜도 상관없고,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의 구분도 상관없다. 거기엔 어떤 도덕적인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냥 식욕처럼 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그래서 꼭 해결해야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손창섭 작품의 인물을 보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면, 인간이 동물과 다를 바가 뭐가 있나 싶기도 하다.

손창섭 작품의 이런 극단적 우울, 불구적인 인물들, 삶에 대한 환멸스러운 태도 등을 논할 때 꼭 그래서 6.25 전쟁과 연관 지어 해석하려 한다. 하지만 오히려 손창섭 개인의 삶에서 찾는 게 더 옳지 않나 싶다. 거의 자전적인 소설인 ‘신의 희작’을 보면 이 사람의 삶 자체가 이런 문학을 쓸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손창섭은 그 자신을 ‘부모도 형제도 고향도 집도 나라도 돈도 생일도 없는, 완전한 영양실조에 걸린 육신과 정신이 피폐한 고아였던’ 사람이라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자, 그래서 잃을 것도 없고, 때문에 무서운 것도 없는 삶. 스스로를 병신, 불구라고 부르던 사람. 희망은커녕 절망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던 삶. 쓸 수밖에 없어서 썼는데 유명해졌고, 그 유명세가 싫어 홀연 사라져 버린 사람. 대중에게서 자신이 잊히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던 사람. 그 처절한 생의 기록이 그의 단편에 녹아있다. 때문에 삶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거나, 혹은 인생이란 행복한 것이라고 공허하게 외치는, 근거 없는 희망을 역설하는 말캉말캉한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삶의 진실이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전해진다. 이 기묘한 지구에 하필이면 인간으로 태어나 이렇게 힘들게 한 생을 보내야 한다니, 참으로 안됐구나. 하는 쓸쓸한 시선에서 비참한 감동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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