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출처 : 바바라 J. 패터슨, 파멜라 브래들리, 강도은 옮김 ‘무지개 다리 너머, 물병자리]
-활기찬 생명으로 성장하기
아기들은 아무런 판단 없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을 받아들인다. 아기가 받는 모든 인상들이 아기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즉, 어린 아기는 소리와 색을 알아채며, 자신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느끼고, 심지어 엄마가 자기를 돌볼 때의 태도까지 알아차린다. 아기는 자기 주위의 모든 것을 감각적인 인상들로 흡수하지만, 그것들을 판단하거나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없다. 그러므로 이 시기 동안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아기 주위에 보호 장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루돌프 슈타이너에 따르면, 어린 아기의 감각적인 인상은 몸 전체를 통과하면서 ‘잔물결을 일으키고, 되풀이되고, 울려 퍼진다.”고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어린 아기들이 감각적인 인상으로 흡수하는 것들은 아기의 생명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기의 몸이 발달하는 방식과 신체 기관들의 규칙적인 작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두돌프 수타이너, ‘교육의 본질 Essentia of Education’, Stuttgart, 1924. 강의 2) 이 사실은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처음 7년 동안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어린 유아기 시절 동안이다.
1. 태어나서 두 살 반이 될 때까지
갓 태어난 아주 작은 아기를 팔에 안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느끼는 첫 번째 인상은 무엇이겠는가? 슈타이너는 말하길, 어린 아기 안에 있는 생명력은 주로 머리에서 활동하면서 신경계를 발달시키고 있다고 핱다. 아기를 살펴보면 머리가 전체 몸길이의 1/4을 차지하고 있으며, 머리 둘레 또한 가슴부분 전체만큼이나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턱은 작으면서 아랫부분이 점점 좁아지는 형태이고, 얼굴 생김새는 둥글고 부드럽다. 팔은 짧으며, 골반과 다리는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 덜 발달한 상태이다.
갓 태어난 아기 몸의 기관들은 그 구조와 규칙적인 작용 능력이 둘 다 여전히 발달하고 있는 상태이다. 잘 관찰해보면 갓 태어난 아기가 불규칙하게 숨을 쉰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기가 받아들이기 쉬운 나날의 리듬으로 주위 환경을 감싸주어서, 아기가 건강한 내적 리듬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린 아기가 움직이는 동작 역시 혼란스럽고 무질서하다. 배고픈 아기를 지켜보면, 엄청난 몸의 움직임과 손발을 계속해서 휘젓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가정생활의 리듬에 적응하고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게 되면, 아기들은 좀 더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첫 번째 단계에서 어린 아기들이 성취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 말하고 걷는 일과, 사고 영역 중 보다 본능적인 측면을 발달시키는일이다. 유아는 태어나자마자 재빨리 이러한 발달을 시작하는데, 가령 이 시기의 울음은 언어발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언어능력이 점점 발달해감에 따라 아기의 울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보편적인 옹알이로 발전해나간다. 아기들의 옹알이는 처음 단계에서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다 똑같다. 하지만 이 옹알이는 곧 “마마mama” “바바baba” “다다dada” 같은 소리처럼 “아ah”로 끝나는 소리들로 달라지기 시작하다가 점차 부모들이 쓰고 있는 특정한 말소리에 따라 서로 확연히 달라진다. 아기는 이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 대상들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고, 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으로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 이 이름들을 움직이게 해주는 동사들을 덧붙인다. 마침내 우리는 아기가 말하는 간단한 문장과 복잡한 문장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시기가 되면 말로 이루어지는 아기와의 상호작용이 활짝 피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걸음마하는 아기가 하루 종일 종알거리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기의 몸에도 언어발달과 비슷한 중요한 일이 일어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다른 사람이 떠받쳐주지 않으면 자기 머리를 가눌 수가 없다. 그러다가 점점 아기의 목은 자신의 무거운 머리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진다. 그 후 몇 달이 지나면서아기는 누워있다가 몸을 뒤집어서 엎드리고, 앉을 수 있게 되며, 팔과 가슴 근육을 좀더 강하게 발달시켜나간다. 아기가 보여주는 이러한 초기의 활동들은 걷기를 위한 기본 토대가 된다.
다리와 몸통의 아랫부분이 발달해감에 따라 아기에게는 기어다니는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몸의 움직임과 언어발달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치료사들은 언어문제를 겪고 있는 좀더 큰 아이들의 치료방법으로서 흔히 기어다니기 연습을 처방하기도 한다.
이처럼 태어나서 첫 일년 동안 아기의 발달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대단히 멋진 일이다. 아기는 혼자서 앉고, 기고, 걷는 일을 성취해내기 위해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시도를 계속해 나간다. 무수히 많이 넘어질지라도 아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아기 안에 있는 추진하는 힘이 “나는 이것을 해낼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방은 언어 발달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아이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잘 한다면 아이들 역시 말을 잘하게 될 것이다. 슈타이너는 어린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때 아기가 쓸 법한 말을 쓰지 말아야 하며, 아이들의 말실수를 고치려 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초창기 교육가들 중의 한 사람이다. 아이 앞에서 적절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올바른 언어발달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갓 태어난 아기가 먹기와 잠자기하는 두 가지 주된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다음 태어나서 처음 두 해 동안에는, 아기가 혼자서 앉고, 기고, 걷기를 배우면서 활기차게 발달해가는 모습을 따라가 볼 수 있다. 아기는 온갖 활동을 통해 자기 주위의 세상을 탐험하고 발견해가고 있으며, 옹알이를 거치면서 언어도 발달시켜간다.
우리는 세상에 눈뜨고 싶어 하는 아기에게 이 모든 단계들이 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발달단계들을 밟아나갈 때, 각각의 단계에 알맞는 방식으로 아이를 돌볼 필요가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