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내용 출처 : 바바라 J. 패터슨, 파멜라 브래들리 지음. 강도은 옮김,
평생을 좌우하는 0 ~ 7세 발도르프 교육, 무지개 다리 너머 (2007, 물병자리) |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뭔가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보통은 아이들의 “상태가 안 좋아진 것fallen out of the form”으로 간주된다. 이럴 때 그 환경 안에서 아이의 상태가 다시 좋아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일이 잘되게 하는 많은 방법을 찾아내었다. 예를 들어, 간식 시간에 아이가 너무 크게 떠들거나 지나치게 어리석게 군다면, 아이 뒤로 가서는 아이가 앉아 있는 의자를 똑바로 정리하고, 접시받침과 컵과 접시를 똑바로 잡아 놓는 일을 시작한다. 이런 일은 다른 말로 하자면 아이를 둘러싼 공간을 “다시 바로 잡는re-forming”일이다.
만약 놀이 시간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제일 먼저 내가 하는 일은 마루바닥에 인형들이 함부로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인형은 인간존재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마루바닥에 놓여 있는 인형이 부주의하게 아이들 발에 밟히거나 차이게 된다면, 아이들이 보게 되는 것은 무질서하고 혼란된 인간 존재의 이미지일 것이다. 인형들을 확인한 후에는 중심이 되는 놀이 공간을 “다시 바로 잡는 일”을 시작한다. 즉, 먼지를 쓸고, 선반을 정돈하고,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장난감들을 주어 올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아름답고 질서 있게 간식 테이블을 차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많은 경우, 교사가 뭐라고 말하거나 직접 관여하지 않고도 무질서한 행동들은 저절로 후퇴하게 되어서 조화를 찾게 될 것이다. 만일 어떤 아이에게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나는 아이의 머리가 단정하게 빗겨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져 준다. 또 셔츠를 단정하게 바로 잡아주고 멜빵이나 허리띠를 다시 매준다.
아이들이 뭔가 위험한 일을 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에 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안 돼!”라는 말을 아낄 수 있다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이 “안 돼!”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보다 잘 먹혀들 것이다. 너무 자주 혹은 상황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안 돼!”라는 말을 남용하게 되면, 아이들은 곧 이 말을 무시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모든 상황에서 곧바로 “안 돼!” 또는 “그러지 말아라.” 혹은 “그만 해라.”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놀이하는 것을 중단하고서 불필요한 자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 대신에, 소란을 부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특정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일들을 말해주거나 놀이 방법을 보여준다면, 그러니까 아이들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면, 아이들은 방해받지 않고 놀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날 나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우리 반에서 놀이하는 시간 동안에 간식 때 접시 밑에 깔 매트들을 다리미질 하고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들 두명이 뜨개질로 만든 동물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물들을 공중에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에게 양털로 만든 공을 가져다 주었다. 이 일은 잠시 동안 아이들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게 했고, 아이들은 곧 양털 공을 던지면서 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다림질하는 일로 돌아갔다. 오래지 않아 아이들은 양털 공을 내려놓고 다시 동물들을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나는 다림질하던 일을 끝내고 다리미와 다리미판을 치워 놓은 동안 그 아이들에게 계속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일을 마무리한 후에 나는 선반에서 나무로 된 커다란 동물우리를 가져와서 동물들을 위한 집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 여자 아이들은 마구간을 함께 만드는 것을 도왔고, 내 제안에 따라 동물들에게 여물과 물을 줄 적당한 사발들도 찾아내었다. 또한 여물로 쓸 작은 돌들과 견과류들도 가져왔다. 계속해서 우리는 마구간 옆에다 파란 색 천으로 강이 있는 배경을 만들고, 펠트로 만든 몇 개의 물고기까지 추가했다. 그 시점에서 나는 아이들의 놀이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나는 “동물들을 그런 식으로 가지고 놀면 안 돼!”란 말을 전혀 하지 않고도, 그 아이들이 뜨개질로 만든 동물들로 긍정적인 놀이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내가 한 일은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해결 방식이 교실에 있던 나머지 아이들의 놀이방식에도 영향을 미쳐서, 아이들의 놀이가 좀더 조화로워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계속>
* 다음에는 ‘분명한 메시지들과 선택의 범위 정하기’가 이어집니다.